그 중에서도 각별히 가깝게 지내는 친구들이 있는데- 내가 성인ADHD 를 진단받았음에 적잖이 놀라고,
또 약을 처방받아서 적극적으로 투약하는 모습에 놀란 친구들도 있다.
감사하게도 내가 걱정되어서 어제 전화로 연락을 주어 자세하게 묻고 상담을 해준 약사친구가 있다.
약사 친구가 친구라고 해서 그 전문성을 너무 믿지도, 또 친구라고 해서 가벼이 여기지도 않는다.
전문가로서의 지식과 경험을 쌓기까지 정말 열심히 노력하고 공부하고 싸워온 것을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봤으니 잘 알고 있다.
약사 친구의 의견을 정리하면
0. 의사선생님은 기존 처방된 18mg을 지난 기간동안 환자가 매일매일 모두 복용했을 것이라는 전제 하에, 내 의견을 들어보고 27mg으로 증량했을 것이다.
1. 처음 처방 받은 콘서타18mg 이 약효가 거의 없는 것 같다고 생각이 들더라도, 꾸준하게 먹어가면서 그것이 약효가 어떻게 드러나는지를 조심히 살펴보아야 한다.
2. 콘서타약을 아침 8시 이전에 먹어야한다는 것에 너무 강박을 두고 매달리지말고, 기억이 나면 그 때 복용해도 괜찮다. 늦어버렸다고 부작용이 무서워 skip해버리면, 특히 지금 이 정도의 약이 working하는지를 봐야하는 상황에서는 더욱 도움이 되지 않는다.
3. 원래는 내가 불편했던 것들이 10가지라고 한다면, 약을 먹어가며 생활할 깨 그 리스트 10개가 지워지는게 아니라 1~2가지라도 지워진다면 괜찮은 것이다.
4. 정신과 약은 그 효과가 누적되어서 나타난다. 계속해서 밀고 노력하는 것에 대해서 갑자기 부스터 아이템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서서히 엑셀을 더 세게 밟아가는 것처럼 퍼포먼스의 차이가 난다.
5. 뇌는 그렇게 ‘뚝딱’ 고쳐지는 기관이 아니므로, 드라마틱한 효과를 기대해서도 안되고- 특히 뇌만큼은 왠만한 물질들이 지나갈 수 없도록 촘촘하게 포장되어있는 장기이므로, 약이 바로 듣지 않는다고 해서 그렇게 며칠 (10일 중 4일 정도는 건너뛴 적이 있으니) 복용해본 것으로 작용하지 않는다고 말해버려서는 안된다.
6. 그렇게 강한 당김과 각성효과, 식욕의 저하가 27mg 섭취 첫날부터 느껴졌다면- 좋은 것은 아닌 것 같다. 반드시 모든 약은 부작용이 따르기 마련이고, 특히 뇌를 target으로 하는 것이니 더욱 조심히- 우선 기존 처방 받아둔 18mg을 남은 5일동안 다 먹어보고, 약 2주 동안의 변화를 크게 생각해 보아서 이 정도의 용량이 효과가 있는지 없는지를 따져보는 것이 안전할 것 같다.
또 가까운 지인 약학박사와의 통화에서는
1. 의사가 약을 처방함에 있어서는 의도한 의술의 속도와 의도가 있기 마련이므로, 아무리 좋은 친구이고 실력 있는 약사라고 할지라도- 이런 고민의 부분을 의사에게 먼저 상의하고 진행하는 것이 좋지 않겠나? 만일 의사에게 알리지 않고 마음대로 다른 전문가와 상의하고 그대로 결정해서 약의 용량을 줄인다면 의사는 제대로 된 결과를 측정할 수 없고- 본 의도대로 적합한 용량을 처방할 수 없을 것이다.
그리하여 금일 아침 바로 병원에 전화, 정신건강의학과 선생님에게 해당 건을 놓고 말씀드렸다.
의사선생님이 차근차근 다 들어본 이후 설명해준 내용은 이러하다.
1. 약사 친구분의 말이 일리는 있지만, 그건 1달 정도는 복용해야 효과가 나타나는 항우울증제 같은 약의 경우이다. 콘서타 (메틸페니데이트)의 경우는 그 효과가 거의 즉각적으로 나타난다.
2. 약을 복용하기 시작한 10일차에 병원을 다시 찾았었고, 그 때까지 격일로 건너뛰며 5회정도만 복용한 상태였다고 하더라도, 내가 기술한대로 ‘거의 약효도, 부작용도 없다고 느껴졌다’라고 말한 정도라면, 또 내 체중을 감안하면 이 정도 증량 (18mg -> 27mg)은 그렇게 큰 증량값이 아니다. 원래는 1주 간격으로 지켜 보며 적정량을 찾아야하는데, 내가 일정이 안되어서 10일만에 방문한 것이었고, 5회만 먹었다 하더라도 그 정도로 약효가 없었다면 증량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3. (참고로 환자로서 내가 만난 이 정신건강의학과 원장님은, 지금까지 만나본 정신과 의사들 중에서 가장 약 쓰는 것을 나중에 하려고하고 약을 조심스러워한다는 느낌을 받았었다.)
4. 굉장히 강한 약효 때문에 그 느낌이 강렬함을 넘어서서, 거부감이 느껴지거나- 부작용이 너무 세지 않다면 굳이 남은 18미리그램을 복용할 필요 없이, 이번 처방에 따라 27미리그램을 복용해보고, 만일 불편감이 있을 경우는 18미리그램으로 줄여 복용하거나, 병원을 와서 중간값정도로 다른 약과 함께 처방할 수 있으니 알려달라.
병이 있으면 의사에게 가서 의사의 처방을 받고,
약은 약사에게 복약지도를 받고 복용하면 된다.
하지만 워낙 ’뇌‘라는 장기가 소중하고, 크리티컬하며
내 주변에 나의 건강에 관심을 갖고 진심을 담아 도와주려는 친구들이 많다보니
이런 일이 생겼다.
아마도 많은 정신과 약을 먹고 있는 환우들은 이러한 비슷한 걱정이나-
주변 사람들의 말, 또는 네이버에서, 블로그에서, 유튜브에서 본 바가 있어 다양한 정보에 의해 흔들릴 수 있을 것이다.
나와 같은 우를 범하지 말고, 충분히 참고해도 좋을만한 경우인 것 같아서
어제 저녁부터 오늘까지의 고민거리에 대해 기록을 남기니,
비슷한 상황에 있는 이에게 잘 검색이 되어서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 그리고 어느 과가 되었든지 간에 의사 선생님 앞에 가서 절대로 “블로그에서 보니까, ~~~~라던데요?” 라는 말은 하지 말자.
의사라는 직업이 아무리 사람의 생명을 살리고 건강을 위해 돕는 직업이라고 한다해도, 기계가 아닌 사람이다.
그러한 정보 때문에 궁금한 부분이 있어서 마음의 걱정거리를 해소하고자 여쭤볼 수는 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