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시간이지만 어떤 동기가 생겨서 간단히 집중하고 공부해서 시험을 하나 치루었다.
어제 시험을 마치고 난 뒤-
날이 좋아 가을을 즐기고자 단풍 구경을 하고서 맛집을 찾아가게 되었다.
안타깝게도 그곳엔 ‘전’과 수제비, 그리고 반찬이 참 괜찮았고
등산객들이 등산 후에 찾는 막걸리 맛집이었다.
너무나 훌륭한 안주들을 앞에 두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앉아
훌륭한 날씨와 풍경을 즐기고 있노라면
당연히 술이 당기는 법.
시험도 끝났겠다, 그간 절주를 성공적으로 이끌어온 나를 달랠 겸 어제는 술을 마시기로 결정했다.
막걸리는 다른 술과 달리 밥과 같다.
그래서 안주로는 반찬을 곁들이며, 배가 부르면 더 이상 마시지도, 취하지도 못한다.
좋은 날씨에 한국적인 음식에 곁들이기에는 이보다 좋을 수 없고
그래서 죄책감도 거의 없다.
막걸리에 대한 예찬을 하라면 몇 페이지도 써내려갈 수가 있으나-
여튼 이런 저런 마음으로 막걸리를 시킬까 말까 고민을 하다가
어제는 시험도 끝났겠다. 그간 절주도 잘 해왔으니 오늘은 술을 한잔 마시리라 마음먹었었다.
천천히 느긋하게 3시간에 걸쳐 3병 정도의 막걸리를 마셨다.
오랜만에 마시는 술이라서 굉장히 취기가 오를 줄 알았는데, 의외로 그렇지는 않았다.
마시는 속도를 일부러 이전보다 천천히 조절했으며
내가 좋아하는 ’술‘을 마시고 있다는 행위 자체에 대해서 즐겁고 감사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마셨다.
배가 부르기도 했고, 이만큼 마셨으면 아주 호강했다는 생각에 술을 더 마시지는 않았다.
다음 날 아침에 느끼는 신체 변화는 이러하다.
괜시리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가볍지 않다.
상쾌하지 않고 무언가가 피곤하다.
수면의 질이 그렇게 깊거나 좋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이 기분이 사실 매우 익숙한데, 최근 며칠간은 느끼지 못했던 기분인 것을 보면
술을 마신 후에 우리의 몸은 편안하게 숙면을 취하지 못하는 것 같다.
얼굴이 조금 붓기는 했으나, 어제 먹고 마신 것들의 칼로리도 평소보다는 높으니 그 때문이리라 의 정도이다.
입안이 텁텁하고, 목이 마르다.
속이 빈 느낌이 아니라 아직 무엇인가 위가 할 일이 많이 남아있다는 기분이어서
오후까지 밥을 먹으면 안될 것 같다. (불편한 수준은 아니지만- 든든함이 아니라 체함의 방향에 가깝다)
두통은 없지만 그렇다고 머리가 개운하고 맑은 것은 아니다.
그간 잘 지켜왔던 금주를 깼다고, 자책하는 마음이 들지는 않지만
약간의 아쉬움은 남는다.
절주를 계속해서 잘 이어갔다면 23일이 아닌 100일의 기록을 쌓았을 때- 그 효과를 더 크게 느낄 수 있지 않았을까 싶기는 하다. 실패는 아니고, 내가 결정해서 마신 것이었기 때문에, 이 증상을 잘 관찰해두고
다시 다음의 절주를 이어나갈 예정이다.
오늘은 물을 평소보다 더 많이 마시고, 비타민C를 고용량으로 섭취하여 몸안의 염증 또는 알코올의 잔해들을 배출해내는데 집중해야겠다.